상하이 부촌 이야기 · 1편
걸어서 1분, 은행나무 아래의 부촌
황금성도(黄金城道) 보행가 — 생태계와 부동산 이야기 1편
상하이의 부촌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대개 신천지부터 꺼냅니다. 대한민국 상해임시정부와 신천지(新天地) 일대는 황푸구 한복판의 랜드마크죠. 중국 본토 부호와 다국적 기업 최상위층이 사는 동네, 예컨대 취조천지(翠湖天地) 4기는 평당 한화 1억 6천 수준
그런데 오늘 소개할 곳은 결이 조금 다릅니다. 상징이나 과시보다는 실제로 사는 사람들의 편의가 우선인 동네. 외국인 주재원과 중국 중상층이 중심이고, 학교·마트·병원 같은 생활 인프라는 상하이에서 가장 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주거환경이 안정적이고, 걸어서 1분이면 필요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거리. 황금성도(황진청따오, 黄金城道) 보행가를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黄金城道 步行街
700미터의 거리, 6개의 단지
2008년 개발이 완료되어, 2009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발전이 시작된 거리입니다. 길이는 700~800미터 남짓. 지도에서 보면 짧아 보이지만, 걸어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폭이 넓고, 양쪽으로 나무가 서 있고, 사람들이 서두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보행가를 가운데 두고 좌우로 6개의 아파트 단지가 붙어 있습니다. 즉 이곳 주민들은 문을 열고 도보 1분이면 거리에 들어옵니다. 상하이에서 명실상부 완벽한 주거환경을 갖춘 지역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보행가 입구 주변에도 고급 아파트들이 분포되어 있어, 결국 이 일대의 생활 동선이 전부 이 한 줄기 거리로 흘러들어옵니다.

왼쪽상단부터 화리자쭈,진써 베이라웨이,창셩구베이,루이스 화원,구베이 궈지 화위안,위추이 하오팅
찾아가는 법
택시 이용 시 구베이루 / 황진청따오(古北路 / 黄金城道)로 검색하면 입구 바로 앞에서 내릴 수 있습니다. 지하철보다 택시가 확실히 편한 구간입니다.

- ↑ 구베이루 황진청따오 입구입니다. 여기서부터 거리가 시작됩니다.
- 양옆으로 아파트단지가 보입니다.

- ↑ 입구부터 붙어 있는 보모(아이 돌봄) 구인 안내.
가운데가 뻥 뚫린 건물, 그 앞에서 잠깐
입구를 등지고 서면 오른편에 큰 건물이 하나 보입니다. 주거 아파트 한 동인데, 가운데가 뻥 뚫려 있습니다.


풍수적으로 용이 지나는 자리라고 합니다. 산에 사는 용이 바다로 내려가는 길을 막으면 안 된다는 것. 홍콩 남부 해안가에서 유행했던 건물 모양을 그대로 카피해 만든 것으로, 상하이에서는 전혀 일반적인 형태가 아닙니다.
여기엔 짧지 않은 내력이 있습니다. 본토에서는 1949년 이후, 특히 문화대혁명기에 풍수가 봉건미신으로 탄압받았습니다. 반면 영국령이었던 홍콩에서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하나의 산업이 되었죠.
그리고 개혁개방 이후, 홍콩 자본이 광동(선전·광저우)을 거쳐 상하이로 들어오면서 풍수 컨설팅 관행도 함께 역수입됩니다. HSBC 본사와 중국은행 타워의 그 유명한 ‘풍수 싸움’ 일화가 딱 이 시기의 상징입니다.
건물 하나에 백 년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셈입니다.
구멍 하나를 통과한 것은 용이 아니라, 어쩌면 자본이었겠지만요.
입구 맞은편, 북한식당
입구 맞은편에는 북한식당이 성업 중입니다. 관계 악화 이후 한국인들은 비교적 이용하지 않는 편이지만, 베이징이나 동북 지역처럼 내쫓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과거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평양냉면과 쟁반냉면이 맛있었습니다. 맛에 대한 기억과 그 밖의 감정이 잘 정리되지 않는 채로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야간인데 왜 간판 불을 안 켜놓은지 모르겠습니다. 전기료를 아끼려는 목적?
다시 보행가로 .. 부촌을 중심으로 한 ‘생활 생태계’
이 보행가의 진짜 특징은 개별 가게가 아니라 배치에 있습니다. 부촌을 중심으로 한 생활 생태계가 한 줄에 전부 모여 있다는 것.
강남 대치동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릅니다. 학원가를 중심으로 스파, 뷰티, 병원,식당이 밀집한 구조. 다만 이곳은 넓은 보행가 양쪽으로 늘어서 있어서, 그들만의 소비문화 패턴이 거리 자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입구에서부터 보모(아이 돌봄) 구인 간판이 붙어 있는 것도 그 증거 중 하나입니다. 이 거리가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는지, 간판 한 장이 설명해 줍니다.
| 시간대 | 거리의 얼굴 |
|---|---|
| 오전~낮 | 브런치의 거리. 테라스 자리부터 찹니다. |
| 오후 | 학원·스파·뷰티·클리닉. 아이와 보모의 동선. |
| 저녁 | 고급 식당과 BAR의 거리로 성격이 바뀝니다. |
| 계절 | 봄·가을 방문객이 가장 많고 11월 은행 단풍철. |
이곳의 특징은 고급스럽고, 여유롭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봄과 가을에 방문객이 꽤 많은 편입니다. 모든 생활 인프라가 고가의 가격대로 형성된 거리이기도 하고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부촌의 조건은 결국 ‘비싼 집’이 아니라 걸어서 닿는 거리 안에 잡히는 편안함인지도 모르겠다고. 700미터 안에 학교와 병원과 저녁 식사와 산책이 전부 들어 있는 거리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습니다.
NEXT — 2편 예고
2편에서는 구체적인 부동산 시세 비교와, 이 거리에서 실제로 성업 중인 비즈니스들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봄·가을에 브런치를 즐기며 상하이 부촌을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분들께 참고가 될 만한 내용으로.
#상하이 부촌 이야기
